[이현산] 하이티에서의 선명한 경험들은 저를 미소짓게 하고

벌써 하이티 선교를 마치고 씨애틀로 돌아온지 3주가 되었습니다. 선교가 끝나자 마자 여름학기가 시작하는 바람에 그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조금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지만 가끔씩 떠오르는 하이티에서의 선명한 경험들은 저를 미소짓게 하고 힘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 5박 6일 동안 다녀온,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하이티 선교는 제 첫번째 선교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Habitat for Humanities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이티와 아주 가까운 El Salvador에 집을 지으러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제 할 일만 성실히 마치고 오는 것이 그 때의 주된 목표였다면 이번 선교는 확실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하이티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가난과 지진으로 상처입은 하이티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사랑을 전해주는 것, 그들의 천막을 대신할 새 집을 짓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4계절이 뚜렷하지도 않고 높은 기온때문에 땅은 저녁마다 가끔씩 찾아오는 짧은 소나기에 잠시 젖을 뿐 6월의 하이티는 항상 메말라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 하이티평강교회가 있는 시티솔레는 제대로 땅에 심어진 나무 한그루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이티에서도 손에 꼽히게 가난한 도시라는 말을 사모님께 여러번 들은 뒤 였음에도 불구하고 벌거벗은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가녀린 팔은 다시금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지진이 쓸고 간 포르토 프랭스의 마더 테레사 병원에서 본, 뼈만 앙상하게 남아 힘없이 누워있는 아기들을 보았을 때는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아기들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고 안도하고 감사하기도 그 여린 생명 앞에선 함부로 되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나오는 힘으로 우는건지 안아달라며 우는 아기들을 부서질까 함부로 침대에서 들어올릴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낫지 않은 상처와 흉터, 콧물과 눈물 범벅의 아이들의 커다란 눈들이 자기를 안아주고 달래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그 두려움을 느낄 틈도 없이 전 아이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땀이 쉴새없이 나고 참을 수 없이 더웠던 기억은 물론 있습니다. 짜증이 났던 적도 있구요. 그런데 우리 평강교회 아이들과, 또 마더 테레사 병원의 아이들과 노래와 춤으로 찬양을 드렸던 기억, 아이들에게 밥을 먹여주고 사탕을 나눠주고 같이 웃고 즐거웠던 기억이 너무나 커서 지금은 벌써부터 내년에 하이티에 갈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힘이 났습니다. 손톱만한 스티커를 이마, 볼이며 온 얼굴에 붙이고는 너무나 예쁘게 웃는 아이들을 보는데 짜증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기도 벅차 보이던 갓난 아기와 불덩이처럼 열이 나던 아기의 힘없는 울음이 제 어설픈 품 안에서 그쳐가는데 한없이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대학생으로서의 2년을 보낸 저는 하이티 선교를 통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제가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았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그 전에는 진심으로 제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교는 저 한 사람이 크건 작건 얼마나 귀하게 쓰임받을 수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아직 어떠한 전공을 정하고 공부를 해야할지, 어떠한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같은 세세한 것은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매년 하이티 선교에 참여해서 더욱더 하이티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하나님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진 이후로 6개월 뒤 찾아간 하이티의 공항은 도움의 손길로 북적였습니다. 각자의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이 모여 하이티 공항을 꽉 매우고 천천히 하이티에 희망을 심고 앞으로도 심어질 것입니다. 저도 그 사람들 사이에서 하이티에 선교를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한국이 오랜 전쟁후에 여러나라의 도움으로 크게 성장했던 것처럼 하이티도 그렇게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이티의 아이들에게, 또 하나님께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이렇게 큰 베품의 기쁨과 행복을 가르쳐주시고 가득 채워주심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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